SUSTAINABLE | 지속가능 소재

비건 패션 (동물복지, 소재 선택, 지속가능성)

더플리에 2026. 5. 20. 02:36

비건 패션 (동물복지, 소재 선택, 지속가능성)

솔직히 저는 옷을 살 때 소재를 확인해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바로 장바구니에 담는 쪽이었고, 그 옷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는 관심 밖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동물권과 환경 문제를 다룬 콘텐츠를 보고 나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고, 지금은 구매 전에 소재 태그를 먼저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밍크 한 마리의 죽음이 패션과 연결되어 있다

제가 처음 이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보게 된 건 덴마크의 밍크 살처분 뉴스 때문이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밍크 농장에서 변이되어 확산됐다는 소식이었고, 당시 덴마크에서만 약 1,700만 마리의 밍크가 살처분됐습니다. 충격적인 숫자였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그 배경이었습니다. 좁은 철장 안에 밀집 사육된 밍크들이 극심한 스트레스 환경에 놓여 있었고, 그 비위생적인 조건이 바이러스 확산의 온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책임자 잉거 앤더슨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동물 매개 감염병, 즉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노출이 크게 높아졌다"고 경고했습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이란 동물과 사람 사이에서 서로 전파될 수 있는 감염병을 말합니다. 코로나19가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모피 산업의 실제 규모도 생각보다 훨씬 큰 수준이었습니다. 코트 한 벌을 만들기 위해 밍크는 적게는 50마리, 많게는 200마리가 필요합니다. 여우는 11-45마리, 친칠라는 50-100마리가 들어갑니다. 단지 털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이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억 마리에 이른다는 수치는 패션을 보는 제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다운(down) 제품도 예외가 아닙니다. 다운이란 거위나 오리의 가슴 솜털로 만든 충전재를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보온성이 뛰어나 프리미엄 아웃도어 제품에 많이 사용되는데, 문제는 그 수거 방식입니다. 살아있는 동물에게 마취 없이 강제로 털을 뜯어내는 라이브 플러킹(live plucking) 방식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살갗이 찢기거나 고통으로 인한 쇼크로 폐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라이브 플러킹이란 살아있는 조류에게서 깃털을 강제로 채취하는 행위로, 동물학대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방식입니다.

비건 레더는 정말 쓸 만한가

저는 비건 패션에 관심을 가진 이후 비건 레더 소재의 운동화와 가방을 직접 사용해봤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진짜 가죽보다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써보니 예상과 달랐습니다. 비건 레더(vegan leather)란 동물성 가죽을 사용하지 않고 폴리우레탄(PU), 식물성 소재, 또는 재활용 소재로 만든 인조 가죽을 말합니다. 제가 직접 써본 제품은 진짜 가죽 제품과 비교해도 디자인 면에서 크게 뒤처지지 않았고, 오히려 무게가 가벼워 일상에서 들고 다니기에 더 편했습니다. 세탁이나 관리 방법도 단순해서 오히려 실용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다만 모든 비건 패션 제품이 친환경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일부 비건 레더 제품은 PU 코팅을 두껍게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거나 제조 과정의 환경 부담이 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란 5mm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으로, 생태계와 인체에 흡수되어 장기적인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입니다. 그래서 '비건'이라는 라벨만 보고 무조건 친환경이라고 판단하는 건 조금 위험할 수 있습니다.

비건 패션을 선택할 때 실질적으로 확인해볼 만한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소재 성분표 확인: PU 비율이 높을수록 내구성은 높지만 환경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 인증 마크 여부: RDS(책임 있는 다운 기준) 또는 GRS(글로벌 재활용 기준) 같은 인증 여부를 확인하면 생산 방식의 윤리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정책: 기업이 공급망 전반의 환경 및 동물복지 기준을 공개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소비 방식을 바꾸는 것이 진짜 시작이다

패션 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유엔환경계획(UNEP)). 이는 항공·해운 산업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그만큼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제가 비건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사실 소재 선택보다 구매 빈도 자체였습니다. "이걸 정말 오래 입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패션(sustainable fashion)이란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쓰는 것을 넘어,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결국 덜 사고, 오래 쓰는 것도 그 일부입니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 International)는 모피 생산국들이 공중보건과 동물복지를 위해 밍크 사육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출처: Humane Society International). 동물권의 문제가 이제는 공중보건과 직접 연결된 현실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건 패션의 논의가 단순한 트렌드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건 패션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재 하나, 구매 결정 하나를 조금 더 의식적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소비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건 제가 직접 경험한 일입니다. 다음에 새 가방이나 재킷을 살 때 소재 표시를 한 번만 더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거창한 결심보다 그 한 번의 습관이 훨씬 오래갑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Jovusw1s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