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슥거렸다. 불편했다. '왜 그래야 하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소가죽으로 만든 가방들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린 송아지의 가죽은 나를 더욱 메스껍게 했다.
때로는 상상하기도 했다. 목이 베이고, 살이 짓눌리다 피가 쏟아지고, 눈에는 시뻘건 눈물이 흐르다 멈춘다. 핏줄과 힘줄이 여기저기 뒤엉킨 채, 고통과 마지막 순간의 몸부림이 고스란히 담긴 가죽이 벗겨진다.
이름 모를 어떤 동물이 내 가죽을 벗겨 내고 피를 씻어 내기 시작했다. 왜 내 가죽인가. 나를 왜 죽였나. 저 동물은 왜 나의 가족과 친구들, 하다못해 나까지 죽이는 걸까. 나는 커 보지도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 나는 어떻게 되었나.
가죽들은 씻기고 모아져 공장으로 향했다. 차갑게 식어 생명이 사라진 나의 가죽은 잘리고, 도려내지고, 박히고, 다시 찢기어 무언가가 되었다. 나를 죽이고 나의 가족을 죽인 저 동물들에게 쓰이기 위해.
나의 감각은 어찌하여 아직 이 가죽에 살아 있는가. 나의 영혼이 아직 여기 있노라고 특유의 냄새를 풍기며 되새기려 하지만, 소용이 없다.
쓰인다. 누군가 매일 나를 어깨에 걸쳐 멘다. 바닥에 놓이기도 한다. 하루 종일 여기저기를 떠돌다 비로소 어딘가에 놓여 쉰다. 다시 내일이 올 때까지, 나는 여기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