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신사에서 단일 제품으로 6억 원 매출을 달성한 친환경 의류 브랜드가 있습니다. 처음 이 숫자를 접했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친환경'이라는 키워드가 예쁜 이야기로만 소비되는 게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였으니까요.
친환경소재, 실제로 얼마나 다를까
저는 원래 옷이나 신발을 살 때 디자인과 가격만 봤습니다. 소재가 어디서 왔는지, 만드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지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그러다 동물권과 환경 문제를 다룬 콘텐츠를 접하면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비건패션 쪽으로 관심이 옮겨갔습니다.
처음에는 비건패션이 단순히 가죽이나 모피를 쓰지 않는 것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범위가 훨씬 넓었습니다. 선인장 추출물, 옥수수 기반 소재,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 원단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동물성 소재를 대체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업사이클링(upcycling)이라는 개념이 인상 깊었습니다. 업사이클링이란 버려지거나 남은 소재를 단순히 재활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원래보다 더 가치 있는 제품으로 탈바꿈시키는 방식을 말합니다. 자투리 원단, 즉 의류 생산 과정에서 남는 데드스톡(deadstock) 원단을 활용해 새 제품을 만드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데드스톡이란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여 있거나 생산 과정에서 잘려나간 원단을 가리키는데, 이걸 그냥 폐기하면 환경 부담이 상당합니다. 실제로 글로벌 패션 산업에서 매년 발생하는 섬유 폐기물은 약 9,200만 톤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UN Environment Programme).
비건패션이 왜 지금 주목받는지 이해하려면 이 수치를 한 번쯤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업사이클링, 예쁜 말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더그린랩(The Green Lab)은 폐플라스틱과 식물성 추출물을 결합하거나 데드스톡 원단을 편직, 염색, 후가공 처리해 흡한속건, 항균, UV 차단, 방풍·방수 기능까지 갖춘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썼다'는 수준을 넘어, 기능성 원단으로서 실사용 품질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접근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비건 레더 소재로 만든 운동화와 가방을 구매했을 때 처음엔 일반 가죽보다 품질이 떨어질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써보니 무게가 가볍고 관리가 편했습니다. 물론 내구성이 일반 천연가죽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상에서 부담 없이 사용하는 데는 충분했습니다.
'친환경이면 품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편견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다만 모든 비건패션 제품이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일부 제품은 합성수지 비율이 높아 오히려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솔직히 소비자로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그린랩이 선인장 추출물과 폐플라스틱을 결합해 개발한 무스탕 소재는 특허 등록까지 완료된 상태입니다. AI 기반 패턴 최적화 기술도 도입해 원단 낭비를 줄이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패턴 최적화란 의류 재단 시 원단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치해 버려지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비건패션 브랜드를 고를 때 확인해볼 만한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용된 소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명시되어 있는가
-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 방식이 공개되어 있는가
- 제품의 내구성과 재활용 가능 여부가 설명되어 있는가
- 관련 인증(GRS, GOTS 등)이 있는가
지속가능패션, 가치 소비의 실제 가능성
더그린랩은 무신사와의 협업으로 단일 제품 매출 6억 원을 기록했고, 무스 퍼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무신사 글로벌을 통해 미국, 일본 등에 간접 수출도 진행 중이며 전년 대비 200% 이상 매출이 늘고 있는 상태입니다. 수치만 보면 친환경 패션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실제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 소비(value consumptio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가치 소비란 단순히 가격이나 디자인이 아닌, 제품이 담고 있는 사회적·환경적 의미까지 고려해 구매를 결정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국내 20~30대의 절반 이상이 환경이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소비한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친환경패션이 '착한 소비'라는 이미지에만 기대는 게 아니라 실제 품질과 디자인으로도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방향이 맞다고 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처음 비건 제품을 선택할 때 환경이라는 가치가 동기였다면, 두 번째 구매는 실제로 써봤을 때의 만족감이 더 컸습니다. 가치와 품질이 함께 가야 지속 가능하다는 말이 이렇게 직접 느껴지더라고요.
지속가능패션이라는 개념이 예쁜 슬로건으로만 소비되지 않으려면, 소재와 생산 방식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비건'이라는 이름만 붙였다고 다 같은 제품이 아니라는 건, 직접 찾아보면서 더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은 새 제품을 사기 전에 소재 한 가지만 확인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어떤 소재인지,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 버릴 때 어떻게 되는지. 거창한 캠페인보다 이 작은 질문 하나가 구매 방식을 조금씩 바꿉니다. 저는 그렇게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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