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STAINABLE | 지속가능 소재

지속가능한 패션 (업사이클링, 컨셔스 패션, 친환경 브랜드)

더플리에 2026. 5. 24. 04:03

지속가능한 패션 (업사이클링, 컨셔스 패션, 친환경 브랜드)

옷장을 열 때마다 "이거 왜 샀지?" 싶은 옷이 몇 벌씩 나오는 분, 저만 그런 게 아닐 겁니다. 저도 한동안 유행한다 싶으면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서너 번 입다 구석에 밀어 넣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패션 산업의 낭비 규모를 수치로 접하고 나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1년에 330억 벌이 버려진다는 숫자 앞에서

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생산되는 의류는 약 1,000억 벌에 달합니다. 그 가운데 33%, 즉 330억 벌이 팔리지도 않거나 단기간에 버려진다고 합니다. 숫자로 들으면 실감이 잘 안 되는데, 지구상 모든 사람에게 옷 네 벌씩 나눠주고도 남는 양이라고 생각하니 그제야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있습니다. 패스트 패션이란 최신 트렌드를 빠른 주기로 대량 생산하고 저가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옷을 계절마다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구조입니다. 유행이 빠를수록 버려지는 속도도 빨라지고, 결국 섬유 폐기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패션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출처: 유엔환경계획 UNEP). 이는 항공업과 해운업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저는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냥 옷 만드는 건데 그 정도까지 되나?" 싶었는데, 섬유 염색과 세탁 과정에서 나오는 수질 오염, 합성섬유에서 방출되는 미세플라스틱까지 합산하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문제를 인식하고 나서 저 역시 구매 패턴이 바뀌었습니다. "이 옷 최소 30번은 입을 수 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기 시작했고, 그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장바구니에서 꺼냈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했는데, 오히려 쓸데없는 지출이 줄어서 지갑 사정이 나아졌습니다.

업사이클링 브랜드, 예쁘기까지 해도 되는 건가

업사이클링(Upcycling)이란 버려지거나 쓸모를 다한 소재를 단순히 재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디자인과 가치를 더해 더 나은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쓰레기를 그냥 녹여서 다시 만드는 리사이클링과 달리 창의적 가공을 거쳐 오히려 원래보다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국내에도 이 방식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얼킨(ULKIN)은 데님과 니트, 정장 바지 등 기존 의류 소재를 해체하고 재조합해서 새 옷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제가 처음 이 브랜드 제품을 봤을 때는 솔직히 "이게 버려진 소재로 만든 거라고?" 싶었습니다. 안감이 바깥으로 노출된 스커트나 트랙팬츠에 다른 바지의 끝단을 이어 붙인 디자인이 오히려 독특한 개성으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카네이케이(KANEIKE)는 군용 텐트, 폐유니폼, 화물 트럭의 방수 커튼 원단 등 산업 현장에서 폐기된 소재를 의류와 잡화로 재탄생시킵니다. 소재 표면에 남아 있는 얼룩이나 스크래치, 주름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살리는 방식이 특징인데, 이를 헤리티지 텍스처(Heritage Texture)라고 부릅니다. 헤리티지 텍스처란 시간이 쌓인 흔적을 의도적으로 디자인 요소로 활용하는 미학으로, 공장에서 갓 찍어낸 새 옷과는 전혀 다른 온도감을 줍니다.

컨티뉴(CONTINEW)는 폐자동차에서 수거한 천연 가죽 시트, 안전벨트, 에어백 원단, 해양 쓰레기까지 활용해 가방과 지갑을 만듭니다. 안전벨트 원단으로 만든 엔벨로프백을 실제로 봤을 때,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정도로 마감이 깔끔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소재의 출처를 모르는 사람에게 보여줬더니 "어디 브랜드야?"라고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국내 친환경 브랜드를 살펴볼 때 확인하면 좋은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용 소재의 출처가 명확히 공개되어 있는가
  • 업사이클링인지 단순 리사이클링인지 구분이 되는가
  • 합성섬유 혼용 비율이 표기되어 있는가
  • 생산 과정의 탄소 저감 노력이 브랜드 철학에 포함되어 있는가

컨셔스 패션, 진짜 친환경인지 따져봐야 하는 이유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이란 환경, 사회, 윤리적 가치를 의식하며 소비하는 패션 태도를 뜻합니다.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쓴다"는 주장을 넘어 생산 과정, 노동 환경, 제품 수명 전반을 고려하는 개념입니다. 최근 이 흐름이 주목받으면서 "비건 패션"을 표방하는 브랜드들도 많아졌습니다.

비건 패션(Vegan Fashion)이란 동물성 원료인 가죽, 모피, 울, 실크 등을 사용하지 않는 패션을 말합니다. 비건 타이거(VEGAN TIGER)처럼 과감한 프린트와 트렌디한 컬러를 전면에 내세우는 브랜드도 있어, "친환경 옷은 디자인이 밋밋하다"는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따져볼 지점이 있습니다. 비건 패션이라고 해서 무조건 환경 부담이 낮은 건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동물성 소재를 대체하기 위해 폴리우레탄(PU) 같은 합성소재를 사용하는 경우, 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가 쓰이고 사용 후 분해가 어려워 오히려 환경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른 시각입니다. 비건 여부보다 제품의 내구성과 실제 사용 수명이 더 핵심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무리 친환경 소재라도 1년 만에 버려지면 의미가 줄어들고, 반대로 오래 쓰고 수선해서 계속 입을 수 있는 옷이라면 소재와 무관하게 낭비를 줄이는 데 기여하는 셈이니까요.

또한 친환경 브랜드 제품 가격이 높은 편이라 접근성이 낮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가격이 높아야 진짜 지속가능하다"고 하는데,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 1위는 여전히 가격 부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저는 이 현실을 무시하고 "의식 있는 소비를 하라"고만 말하는 건 공허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빈티지 의류나 중고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이 가격 부담 없이 지속가능한 패션에 접근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빈티지 재킷과 중고 가방을 써봤는데, 새 제품보다 오히려 개성이 강해서 더 자주 손이 갔습니다.

트레드앤그루브(TREAD&GROOVE)처럼 실제 도로를 달리던 폐타이어를 밑창에 활용한 슈즈 브랜드의 경우, 아웃솔(Outsole)의 개성이 제품마다 다릅니다. 아웃솔이란 신발의 바깥 밑창 부분으로, 여기서는 타이어의 패턴이 그대로 적용되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디자인이 만들어집니다. 제가 직접 신어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가벼워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지속가능한 패션이 선택이 아닌 기준이 되는 시대로 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당장 옷장을 바꾸거나 큰돈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다음 번 쇼핑 전에 딱 하나만 물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 옷, 2년 뒤에도 입고 있을까?" 저는 그 질문 하나로 충동구매 절반이 줄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MGaY45A1jw